낸드플래시 적층 경쟁: 2D에서 300단+까지, 어떻게 쌓을까
예전 SSD는 용량을 늘리려면 셀을 더 작게 깎아 평면에 빽빽이 채웠다. 그런데 셀이 일정 크기 이하로 작아지자 옆 셀과 전기적으로 간섭하고, 가둬둔 전자가 새어 데이터가 깨지기 시작했다. 평면(2D) 미세화가 벽에 부딪힌 것이다. 해법은 단순하지만 혁명적이었다. 옆으로 못 늘리면 위로 쌓자. 이것이 3D 낸드다.
1. 2D의 한계와 3D의 발상
2D 낸드는 셀을 평면에 나열한 단층 주택이었다. 미세화로 셀 간격이 좁아지자 누설과 간섭이 심해졌다. 3D 낸드는 이 셀을 수직으로 적층한 아파트로 바꿨다. 평면 밀도를 무리하게 높이는 대신 층수를 올려 같은 면적에 훨씬 많은 셀을 담는다. 덕분에 오히려 셀 하나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 안정성까지 챙겼다.
2. 어떻게 수직으로 쌓을까
핵심 공정은 채널 홀(channel hole) 식각이다. 절연막과 도전막을 수십~수백 층 번갈아 쌓은 뒤, 위에서 아래로 깊은 구멍을 한 번에 뚫고 그 벽면에 셀을 형성한다.
┌─ 워드라인(층) ─┐ ← 한 층이 하나의 셀
│ ▓▓▓▓▓▓▓▓▓▓ │
│ ▓ ▓ │ ← 수직 채널 홀
│ ▓ 채널 ▓ │ (위→아래 한 번에 식각)
│ ▓ ▓ │
└────────────┘
한 번에 뚫는 구멍의 층수가 많을수록 비트당 원가가 내려간다. 하지만 너무 깊으면 구멍이 휘거나 위아래 폭이 달라진다. 그래서 일정 층 묶음을 따로 쌓아 이어붙이는 스트링 스태킹으로 200단·300단+를 구현한다(예: 100단 묶음 2~3개를 적층).
3. 적층 세대 흐름
| 구간 | 대략 시기 | 특징 |
|---|---|---|
| 2D | ~2014년경 | 평면 미세화 한계 도달 |
| 1xx단 (96·128·176) | 2018~2021 | 3D 본격화, 단일 식각 위주 |
| 2xx단 (200·232) | 2022~2023 | 스트링 스태킹 정착 |
| 300단+ | 2024 이후 | 다단 본딩·신구조로 고적층 경쟁 |
단수는 마케팅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다이에 더 많은 용량을 담아 비트당 원가를 낮추는 직접적 수단이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단수 경쟁에 사활을 건다.
4. 셀 방식과 곱해진다
적층은 셀 방식(TLC/QLC)과 곱셈으로 용량을 키운다. 232단 TLC 다이에 QLC를 적용하면 같은 층수로 1.33배 용량이 된다. 그래서 초고용량 SSD는 대개 고적층 + QLC 조합이다. 다만 앞 글에서 봤듯 QLC는 쓰기 수명·속도에서 손해를 보므로, 용량과 내구성은 늘 맞교환 관계다.
5. 적층의 한계와 과제
- 식각 난도: 구멍이 깊을수록 위아래 균일성 확보가 어렵다.
- 셀 간 간섭: 층이 늘면 인접 층 전하 간섭과 데이터 보존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든다.
- 발열·공정 비용: 수백 층 식각과 본딩은 장비·시간 비용이 크다.
- 속도: 한 다이에 셀이 많아지면 내부 경로가 길어져 컨트롤러의 병렬 처리 설계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단순히 '몇 단이냐'보다 수율과 비트당 원가, 그리고 컨트롤러 최적화가 진짜 실력을 가른다.
한 줄 정리
3D 낸드는 셀을 위로 쌓아 평면 미세화의 벽을 넘은 기술이다. 채널 홀 식각과 스트링 스태킹으로 300단+까지 올라가며, 셀 방식과 곱해져 SSD 용량을 매년 키운다. 단수보다 수율·원가·컨트롤러가 승부처다.
함께 보면 좋은 글
SSD 고르는 법 완전정리: TLC·QLC·TBW·PCIe Gen5 한 번에
용량과 가격만 보고 SSD를 골랐다가 후회한 적 있다면 꼭 읽어야 할 글. 셀 방식(TLC/QLC), TBW와 DWPD, PCIe Gen4 vs Gen5, DRAM 캐시 유무까지 실전 체크리스트로 정리했다.
HBM이 뭐길래: AI 시대 메모리 전쟁과 HBM3E 대역폭의 비밀
엔비디아 GPU 가격의 상당 부분이 HBM이라는 메모리다. 일반 D램과 뭐가 다르길래 AI 시대의 병목이자 황금알이 됐을까? HBM의 적층 구조, 세대별 대역폭, GPU와의 연결 방식을 쉽게 풀었다.
DRAM 기초와 미래: DDR5·LPDDR5, 1a·1b 미세화, CXL 메모리
PC 램으로만 알던 DRAM은 사실 가장 치열한 미세화 전쟁터다. DDR5와 LPDDR5의 차이, 1a·1b·1c 나노 세대의 의미, 그리고 메모리 확장의 미래 CXL까지 한 번에 정리한다.